맞벌이 부부가 되고, 남편이 "아무래도 내가 요리를 해야겠어."라는 다짐을 한 순간부터 우리 집의 주방은 나의 주방이 아닌 남편의 주방으로 변신했다. 쿠팡 박스는 매일 새롭게 쌓이고, 요리책은 펼쳐진 채 냉장고에는 내가 본 장이 아닌 남편이 본 재료들이 가득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요리가 취미라고 늘 말하던 사람은 바로 나였는데, 정작 아들에게는 김가루와 계란후라이만을 선사했던 건 나였다. 남편의 열정에 비해 내가 얼마나 소홀했는지 못난 애미이자 아내였는지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감사한 마음도 컸다. 남편의 요리 도전은 우리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남편의 사랑과 마음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감동을 받았다. 나의 역할은 간단했다. 남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