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끄적임

맞벌이 부부의 좌충우돌 밥상 이야기: 칭찬과 혹평 사이에서 피어나는 요리 사랑

dreamisnowhere88 2024. 11. 10. 14:56

맞벌이 부부가 되고, 남편이 "아무래도 내가 요리를 해야겠어."라는 다짐을 한 순간부터 우리 집의 주방은 나의 주방이 아닌 남편의 주방으로 변신했다.
쿠팡 박스는 매일 새롭게 쌓이고, 요리책은 펼쳐진 채 냉장고에는 내가 본 장이 아닌 남편이 본 재료들이 가득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요리가 취미라고 늘 말하던 사람은 바로 나였는데, 정작 아들에게는 김가루와 계란후라이만을 선사했던 건 나였다. 남편의 열정에 비해 내가 얼마나 소홀했는지 못난 애미이자 아내였는지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감사한 마음도 컸다. 남편의 요리 도전은 우리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무엇보다 남편의 사랑과 마음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감동을 받았다.

나의 역할은 간단했다. 남편의 요리에 끊임없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것이었다. "어머, 오늘 정말 맛있다!", "점점 실력이 늘고 있어!", "역시 우리 남편 최고야!"와 같은 칭찬은 남편에게 큰 힘이 되었다. 물론 간을 보고, '어? 어떡하지?' 싶을 때라던가 배달시키자라고 하고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남편의 노력을 생각하면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우리 아들의 순도 90퍼의 솔직함이었다. 아들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에 대해 거침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돌려말하는 게 느껴지는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이거는 별론데 김줘요." 더줄까 라는 물음에 "괜찮아요"와 같은 아들의 말에 남편은 종종 상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남편에게 "우리 아들이 솔직해서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라고 위로하며, 아들에게는 "아빠가 우리 사랑해서 요리해주시 엄청 감사하다 그치?"라고 이야기했다.

남편의 요리 도전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식사 시간은 더욱 즐거워졌고, 서로에게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물론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우리는 매일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

여보 사랑해요. 저랑 결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